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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이와 대화를 위한 최고의 훈련…축어록을 써보자[아빠 육아 미션 임파서블] ⑩ 관계미션글과 사진: ‘100인의 아빠단’ 김범준

by eggmon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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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함께하는 그 마음이 좋다. 아이를 위해? 아내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아빠들이 육아를 시작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 ‘100인의 아빠단’의 육아미션 수행기를 정책브리핑이 공유한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하는 아빠들의 육아미션 수행기! ‘아빠 육아 미션임파서블’.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저는 100인의 아빠단 김범준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미션은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축어록을 써보자!’입니다. ‘축어록이 뭐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이 단어를 처음 들으셨다면, 아마도 그런 분들은 상담·심리 등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오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대부분이 그럴 것입니다.

 

 

축어록은 누군가와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적은 기록입니다. 별 거 아니죠? 하지만 바로 이 축어록 덕분에 저는 아이의 마음에 미약하나마 처음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번 기회에 아이와 10분 대화를 하고 축어록을 작성해보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축어록을 써보자!

 

1. 장소 :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는, 아이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2. 시간 : 10분 전후로 몰입해서 대화한다.

3. 방법 : 스마트폰 등으로 대화 내용 전체를 녹음한다.

4. 진행 : 아이에게 최소 5개의 질문을 던지되 아이의 말에 함부러 개입하지 않는다.

5. 쓰기 : 녹음한 대화내용을 들으면서 모두 베껴 쓴다.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첫째는 아들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으로 우리 집, 아빠·엄마는 물론 할아버지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셋째는 딸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막내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죠.

 

 

저는 둘째와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둘째는 아들인데 시쳇말로 포지션이 애매모호합니다. 첫째인 형에게는 가족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귀엽다, 예쁘다는 말은 막내이자 딸인 셋째가 모두 받고 있죠. 그렇다면 둘째는? 걱정됐습니다.

 

 

‘둘째가 혹시 첫째와 막내 사이에서 주눅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차별받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공부보다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정말일까’, ‘형, 그리고 동생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있지는 않은 걸까’, ‘학교생활은 무난하게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준비물은 스마트폰의 녹음기능만 있으면 됐습니다.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아이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죠. 조용히 아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대화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야외활동의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잠실야구장으로 가는 길, 10여분 짧은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화가 끝났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 몰래 녹음한 것을 들으면서 베껴

 

 

결론부터 말할까요? 놀랐습니다. 그리고 감동이었습니다. 제 아이지만 이렇게 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저보다 더 어른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몰랐던 제가 한심해질 정도였습니다. 그저 장난감이나 좋아하고, 아이스크림만 사달라는 철없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고 타인에 대한 배려(지나칠 정도의)가 대단하며 생각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아이와 10분 이상 ‘제대로’ 대화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그동안 아이의 말에 이렇게 집중한 적이 없었거든요.

 

 

많은 사람이 경청을 이야기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는 ‘내가 너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리액션이 필요한 것도, ‘정말 대단하구나!’ 같은 감정이 이입된 감탄사를 해줘야 하는 것도, 나의 말보다는 아이의 말이 3배 이상 길도록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이론적으로 말이죠. 실제는? 그렇게 안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들은 적이 거의 없는 경우가 우리 아빠들의 현실입니다. 아닌가요.

 

 

저의 경우는 솔직히 말하면 없었습니다. 축어록을 쓰기 위해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의 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면서 문득 제가 아이와 10분조차 온전히 대화한 적이 없음을 알고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축어록, 아이와의 대화를 위한 트레이닝으로 최고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법을 알게 될 것이고 누구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임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와 몰입하여 대화해보세요. 앞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아들과 딸이 얼마나 괜찮은 친구인지를 알게 되는 최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아래는 저와 둘째 사이의 대화내용을 기록한 축어록의 일부입니다. 둘째의 허락 없이 함부로 공개한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아이와의 몰입 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우리 집 둘째도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참조하시길 바랍니다.(둘째 아이 이름이 ‘준서’입니다)

 

 

[축어록 샘플]

 

(아파트를 나서면서 녹음 시작)

아빠: 요즘 제일 힘든 게 뭐야?

준서: 숙제가 많아. 음, 어려워.

 

아빠: 무슨 숙제?

준서: 수학.

 

아빠: 숙제가 얼마나 많은데?

준서: 많아. 학교 다녀오면 숙제만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려.

 

아빠: 그래서 공부가 힘들어?

준서: 아니. 공부 좋아해.

 

아빠: 공부 힘들다고 했잖아?

준서: 아니야. 공부 좋아해. 내가 생각해보니까 안 힘들어.

 

아빠: 그래?

준서: 학교생활도 재밌어. 숙제도 간단한 거니까. 시간만 걸릴 뿐이지.

 

아빠: 오. 준서 멋진데?

준서: 응.

 

아빠: 그럼 국어가 쉬워, 수학이 쉬워?

준서: 수학이 쉽지.

 

아빠: 점수가 어느 게 잘 나와?

준서: 둘 다.

(중략)

 

아빠: 준서는 우리 집에서 어떤 거 같아?

준서: 응?

 

아빠: 준서는 우리 집의 기둥이다!

준서: 아니. 기둥은 형이잖아.

 

아빠: 그럼 넌 뭐야?

준서: 난 사람이야.

 

아빠: 아냐. 준서도 기둥이야. 지붕을 떠받치려면 기둥이 하나면 돼? 몇 개 있어야 해?

준서: 두세 개?

 

아빠: 아냐, 네 개가 있어야 해. 그래야 집이 되지.

준서: 그건 그렇지.

 

아빠: 아빠는 지붕이고 너희들이랑 엄마가 기둥이 되어줘야 해.

준서: 그건 그래.

 

아빠: ...

 

준서: 그런데 내가 수학이 왜 재미있냐면...(갑자기 화제를 돌린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음)

아빠: 수학?

준서: 응

 

아빠: 수학이 재밌어?

준서: 선생님이 수학을 만화처럼 만들어줘. 재미있게 해. 다 그래. 그래서 수업이 재밌어.

 

아빠: 준서는 왜 수학을 잘하고 싶어?

준서: 세상이 다 수학이니까. 난 세상이 모두 수학이라고 믿어. 진짜!

 

아빠: 준서는 공부할 준비가 다 되어 있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네. 누가 그렇게 알려줬어?

준서: 내가 그렇게 생각했어.

 

아빠: 어떻게? 나도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준서: 내가 그냥 말했는데.

 

아빠: 아빠가 지난번 수학 가르쳐 줄 때 아빠가 막 화냈잖아. 기억나? 기분이 어땠어?

준서: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

 

아빠: 왜?

준서: 그거야 아빠가 나 수학 잘하라고 하는 거잖아.

 

아빠: 준서가 아빠 마음을 잘 아네? 맞아. 준서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지.

준서: 응.

 

아빠: 준서 잘 되라고 하는 거지.

준서: 응.

 

아빠: 그걸 너도 알아?

준서: 당연히 알지.

 

아빠: 준서는 형 어떻게 생각해?

준서: 응?

 

아빠: 형 미워?

준서: 밉기도 해. 나를 자꾸 때려. 나도 기분 안 좋은데...

 

아빠: 그래?

준서: 뭐, 내가 거의 다 잘못한 거지.

 

아빠: 네가 뭘 잘못해. 형이 좀 더 동생에게 잘해야지.

준서: 내가 더 잘해야지.

 

아빠: 왜?

준서: 형이잖아.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내가 더 잘해야지.

 

아빠: 그럼 수민이가 너한테 잘하냐?

준서: 아니. 난 상관 안 해. 자기의 의지니까.

 

(이하 생략)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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